文정부 독주 5년…정권교체 열망이 '정치 신인'을 대통령 만들었다

입력 2022-03-10 05:00  


지난해 3월 4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임기를 약 4개월 남기고 “나라를 지탱해온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총장직을 던졌을 때 정가는 반신반의했다.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긴 했지만, 실제 당선 가능성엔 물음표가 달렸다. 정치 경험 없이 대선판에 뛰어든 ‘초짜 정치인’의 결론은 뻔할 것이란 비아냥도 나왔다.

그로부터 약 1년이 흐른 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비정치인 출신으론 첫 대통령 당선인이다. 당선 자체만으로도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다. 국민들은 윤 당선인에게 압도적인 표를 몰아주지는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격차(10일 오전 2시 기준)는 1%포인트 미만에 그쳤다. 2020년 총선 후 거대 여당이 보여준 독주와 편 가르기 정치를 경계했다. 전문가들은 ‘운동권 586세대’로 상징되는 기성 정치인과 문재인 정부의 무능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고 해석했다.
① “고장난 의회 정치 바꿔라”
윤 당선인은 지난해 6월 대권 도전을 선언한 뒤 불과 9개월 만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70년이 넘는 헌정 사상 첫 공직선거에서 대통령으로 뽑힌 첫 인물이다.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는 ‘강골 검사’ 윤석열의 이미지를 빼곤 선거 승리의 동인을 얘기할 수 없다. 윤 당선인은 정치 권력에 연연하는 기성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들과 뚜렷하게 구별됐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구시대 정치인들과 선을 긋는 결단력도 보여줬다. 윤 당선인과 치열하게 경쟁한 이 후보도 기성 정치인들과 달랐다. 이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어게인(Again) 2002’ 승리의 역사를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 비주류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2년 대선 승리를 재현하겠다는 의도다. 말을 앞세우는 국회의원들과 달리 지방자치단체 행정 경험을 내세워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등 각족 의혹에도 불구하고 윤 당선인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이런 비주류 정치인들의 부상은 의회 정치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명예교수는 “사실상 제 역할을 못하는 국회와 정치 혁신을 바라는 국민들의 강력한 염원이 이번 선거에 반영됐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다른 선진국에서도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이 비주류 정치인 출신 대통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② ‘운동권 586 기득권’에 대한 반감
이번 선거가 한국 정치의 주류인 586 정치인들의 퇴장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 학번으로 민주화 투쟁을 주도한 이들 세대는 30대인 2000년을 전후해 의원 배지를 달고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정계 입문 초기엔 개혁세력을 자처했지만 20년이 흐른 지금은 개혁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포스트 문재인’으로 거론됐던 민주당 586 정치인들은 여러 불법 행위에 연루되면서 이번 대선에 등판도 못 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586 정치인들이 대변해온 ‘과거 청산’이라는 거대 담론에 대해 국민들이 철퇴를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도 “세대교체를 바라는 민심이 이번 선거에서 표출됐다”며 “제1야당 수장에 의회 경험이 없는 30대 이준석 대표가 선출된 것과 궤를 같이하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③ ‘무능한 진보 정부’ 심판
지난 35년간 지속돼온 보수와 진보 진영의 ‘10년 주기’ 정권 교체가 깨진 것도 이번 대선의 큰 특징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권 유지의 관성이 깨진 건 그만큼 정권 교체를 바라는 열망이 강했기 때문”이라며 “무능과 ‘내로남불’로 상징되는 문재인 정부를 심판해달라는 요구가 강골 검사 출신 윤석열에게 투영됐다”고 분석했다.

윤 당선인이 선거 유세에서 가장 목소리를 높인 대목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다. 소득 주도 성장, 탈원전 등 이념에 치우친 경제 정책의 실패도 정권 교체 열망으로 이어졌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이념의 시대가 저물고 먹고사는 실용의 시대가 온 것을 보여준 선거”라며 “미국·중국·러시아 간 패권 경쟁도 이념보다 경제적 이해관계를 중시하는 시대적 흐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